“가자! 부티크 MT로” – 모텔, 모델, 그리고 어떤 모드

미분류 2019년 July 23일

숨이 막히도록 뜨거운 여름 날, 이 도시에서 보다 경제적으로, 땀 흘리지 않고,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누군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시선과 소음, 규제와 간섭으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을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은 오직 자기만의 방이거나 모텔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어원이 모터(Motor)와 호텔(Hotel)의 합성어로써 주로 자동차 이용자의 숙박시설이었던 모텔은 이제 성인들을 위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장소”가 되고 있다. 호텔에 비해 저렴한 이용료와 인터넷, 대형TV는 기본이고 노래방 시설, 당구대,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 및 스팀사우나, 월풀욕조, 안마시설, 테마별 룸을 갖추며 ‘우리는 지금 M.T(MoTel)간다’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모텔은 변모중이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세련된 실내 장식’은 젊은 여성층의 다양한 취향에 따라 계속 변화중이니, 도심에서 접근이 용이하고 단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함께 놀이 시설이 부족한 성인들에게 ‘럭셔리’하고 ‘러블리’한 모텔은 매혹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특히,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적인 젊은 층에게 이제 모텔은 먹고, 목욕하고, 섹스하고, 잠자고, 머무는, 거기에 놀이공간까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 단순히 머물다 스치는 ‘비-장소’가 아니라, 주체의 욕망을 흠뻑 담는 공간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모텔은 ‘~여인숙, ~여관, ~장, ~모텔, ~호텔, ~텔’로 변주되며 흔히 음란한 일탈의 장소로 의미화 된 문제적 공간이었다. 그곳은 공적이면서 사적이고, 밤이면서 낮이고, 윤리와 불륜을 동시에 배태한 불온한 장소이다. 일상과 비일상, 합법과 불법이 뒤섞인 ‘부티크’하게 (부)자연스러운 곳. 이러한 모텔을 이다은은 적극적으로 향유하며 신작, <enjoy:motel> 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서는 하기가 어려운 일들을…어떠한 목적이나 의미도 남기지 않은 채…모텔을 탐방하며……’ 소위, ‘모텔 놀이’를 통해 이다은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재현하는 일은 현대 사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속의 젊은 여인은 배우처럼 다양한 포즈와 의상, 표정들을 하고 있다. 연극무대의 한 장면을 스틸 컷으로 옮겨 온 듯 잘 구성되고 정제된 이곳에서 주로 슬립웨어나 목욕가운을 입은 채 포즈를 취하는 이 여인은 놀이공간을 향유하는 주체이자 배우(객체)이고,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그녀는 월풀에서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하거나, 요리를 하고, 햄버거를 먹고, 노래를 하고, 당구를 치며 누군가의 시선을 줄곧 신경 쓰고 있는 듯하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인의 시선은 사진 바깥에 놓인 응시와 욕망이 꿈틀거리는 ‘어떤 시선’들과 교차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진적으로 바라보도록 배운다. 자신을 매력적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보다 정확히는 사진에 잘 나온다는 판단과도 같은 것”(수잔손탁)처럼, 엿보는 이의 시선에 응답하는 포즈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진에서 사진 속 여인의 나르시시즘적인 시선과 관객의 시선은 서로를 거울상으로 비추며 서로의 욕망을 투사시키는 장(field)이 된다. 그녀 자신이 욕망하는 모습에 다른 응시가 겹치며 수동적, 무의식적으로 응시를 기다리는 포즈. 모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그것도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놀이는 어떠할지, 관객의 욕망은 ‘자연스럽게’ 촬영 된 이 사진 속으로 미끄러진다. 이다은의 <enjoy:motel>을 즐기는(보는) 방법은, ‘누군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시선과 소음, 규제와 간섭으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을 충족할 수 있는’ 차단된 공간 속에서 ‘놀고 있는’ 이 여인의 행위를 엿보는 것이다. 그녀/작가는 놀이의 목록들을 텍스트로 제시하는데, 쓸모없이 잠시 일어나고, 곧 떠나면 그만인 (작가의 언급처럼) 무용하고 소용없는 일들의 항목이다. 그러나 쓸모없는 소비적 행태로만 읽기엔 이 젊은 여성의 포즈는 참으로 유용하다. 

‘정지’를 뜻하는 포즈(pose/pause)는 사진에서 강력한 코드를 이룬다. 흔히 읽기가 쉬운 사진일수록 코드는 선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작가-여인의 욕망과 사진 찍혀지는 것이 ‘항상 동일한가?’하는 문제를 제시해볼 수 있겠다. 이 지점이 바로 이다은의 사진적 전술이 아닐지, 남성 중심적 상징공간인 모텔에서, 여성의 유희가 어떻게 파악되고 전복될 수 있는가는 이다은의 <enjoy:motel>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젊은 층 여성 사이에서 선호되는 이미지를 작가는 반복 강화하며 어쩌면 이상화된 쾌적한 여성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것의 어색함을 드러내며 사진적인 스타일로서 지배적인 문화적 코드(모텔은 어둡고, 불온하고, 남성의 질서와 시선이 지배하는…)를 해체하고 있다. 모텔 안에서의 전형적 여성성과 그동안 소비 되었던 모텔 씬(scene)의 클리세를 교묘하게 뒤섞으며 엿보기의 균열을 시도하고 있다. 개별적이고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사회적인 상징과 의미로 결합된 구성물인 모텔에서의 이다은의 행위는 여성이 자신의 육체와 어떻게 유희할 수 있는지, 남성-지배적인 시선을 교란시키며 독자적인 욕구와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공간적 실천의 주체가 되어 공간을 생산해내고, 공간과 작가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행위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공간과 그 공간에서 주체는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행위주체와 공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다은의 신작, <enjoy:motel>은 성별화 되어 있는 공간의 사회적 관계를 다시 읽어내야 할 과제를 던진다. 공간에 내재해 있는 다층적 권력관계와 더불어 주체와 공간의 관계성, 공간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특히 여성과 공간의 관계를 따지면서 볼 때 보는 재미는 배가 된다. 특히 인테리어의 구성과 행위 주체의 포즈는 개별 주체들에 의해 재구성되는 사회적 모드(mode)를 드러내기도 하기에, 여기-공간은 물리적 장으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가 재각인되는 실재 장소가 된다. 이제 흔하디흔한 모텔은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곳의 모드는 달라진다. 낮 시간의 금지의 장막과 시선(gaze)을 탈주해 사적인 안락과 희열에 빠지며 이다은이 모텔을 엔조이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능동적인 젊은 여성이 모텔 객실을 다른 컨셉으로 바꾸게 하고, 다양한 공간적 실천의 가능성들을 보여주며 모텔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픽션보다 더 허구적인 일상에서 ‘나’를 즐기는 무해하고 평화로운, 이다은의 <enjoy:motel>은 일상의 경계를 해체하며 사진은 여전히 꿈이고, 환상이고, 연극이고, 또한 사실임을 보여준다.  

최연하 독립큐레이터